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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42년 만에 받아들여진 탄원,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의 재심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관리자
2021-04-18
조회수 16

[논평]

42년 만에 받아들여진 탄원,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의 재심 무죄 판결을 환영한다

 

1.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이하 ‘이 사건 법원’)은 지난 2021. 1. 27. 구 반공법으로 1979년 처벌받은 피해자의 유족들이 제기한 재심청구 사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1. 1. 27. 선고 2019재고단1 판결, 이하 ‘이 사건 판결’). 이 사건 법원은 지난 2020. 6. 25. 유족들의 재심청구에 대해 재심을 개시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후 약 7개월간 심리 끝에 피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우리 단체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하여 진실을 상세히 규명하고, 피해자의 무고함을 밝힌 이 사건 판결을 환영한다.

 

2. 피해자는 1979. 8. 3.경 “김일성 만세”를 3회 고창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유죄를 선고 받은 사람이다. 피해자는 당시 동네 주민들과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기억할 뿐 술에 취하여 위와 같이 고창한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참고인들 대부분도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김일성 만세”를 3회 고창한 사실을 목격하지 못했다고까지 진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원은 일부 목격자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피해자의 “김일성 만세” 고창 사실을 인정한 뒤, 피해자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이하 ‘재심대상판결’).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 이루어진 고문의 후유증으로 재심대상판결이 선고된 이후 왼쪽 귀의 청력을 상실했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또한, 피해자는 재심대상판결 이전 10년이 넘도록 교사로 재직해왔는데, 재심대상판결로 인해 교사직을 박탈당하였다. 피해자는 2005년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지병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 법원은 2020. 6. 25. 피해자 가족들이 2019. 6.경 제기한 재심청구에 대하여 개시결정을 하였다(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 6. 25.자 2019재고단1 결정). 피해자 가족들이 제기한 재심청구가 인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족들이 지금으로부터 42년 전 대구지방검찰청에 제출했던 탄원서가 불법구금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피해자의 딸은 피해자가 20일 넘게 구금되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피해자의 배우자는 피해자가 구속된 지 한달이 다되어간다며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3. 재심개시 이후 약 7개월간의 심리 끝에 선고된 이 사건 판결은 피해자에게 자행된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를 상세히 규명했다. 이 사건 판결은 피고인의 자백진술이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여 이루어진 불법구금 상태에 이루어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이 사건 판결은 피해자가 생전에 고문을 당한 사실을 종종 이야기했다는 피해자 가족의 진술이 그 구체성 및 진술에 임하는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피고인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허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피해자에 대한 고문사실도 인정했다. 이처럼 피해자가 직접 진술할 수 없었음에도 피해자 가족들의 진술을 근거로 피해자에게 이루어진 고문행위를 적극적으로 인정한 것은 객관적 증거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과거사 재심사건의 특수성과 국제인권법상 요구되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충분하게 고려된 판단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피해자가 “김일성 만세”를 3회 고창한 사실이 범죄행위가 아니란 점을 명확히 확인했다. 이 사건 판결은 구체적으로 피해자의 “김일성 만세” 3회 고창행위가 1) 진의에 터 잡은 것으로 보기 어렵고, 2)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며, 3)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4. 우리 센터는 피해자 중심적 접근에 기반하여 피해자에 대해 이루어진 인권침해를 적극적으로 규명하고 피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 사건 판결을 환영한다. 피해자 가족들의 호소가 결국 42년만에 받아들여진 것이다. 세상을 떠난 피해자가 무고한 국가폭력의 희생자였다는 점을 확인한 이 사건 판결이 재심대상판결 이후 피해자와 함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온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기원한다.

 

※ 첨부자료: 1979년 당시 가족들의 탄원서

 

2021년 2월 15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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